[인터뷰]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
도산업체 회생, 안정적 도시가스사로 성장
기업회생의 마술사라고 해야 할까.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강원 및 충북 지역에 참빛원주도시가스공업 등 4개의 도시가스사를 거느리고 있는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 그는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경영부실로 도산한 2개의 도시가스공급업체를 인수해 회생시키고 지금 이 두 업체는 안정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사업 준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대봉 회장을 만나 도시가스사업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 편집자 주
“당시 상황으로서는 전혀 수익성도 없고 장래성이 불투명한 2개의 가스공급 업체를 부득이하게 인수한 후 손색이 없는 제조시설과 안전시설을 완비하는 등 안정적인 도시가스 공급에 불철주야 노력했습니다”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은 지난 92년 강원도와 원주시로부터 간곡한 요청을 받는다. 원주시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던 초창기 창업업체의 자금·경영부실이 시설미비와 안전관리 소홀로 이어지면서 사고다발업체로 도산하자 원주시가 임시 편법으로 원재료를 구입해 도시가스를 공급하던 어려운 상황이었다. 강원도와 원주시는 바로 이 업체를 이 회장이 인수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 것이다.
이 회장은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 등이 있었지만 심사숙고 끝에 이 업체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회사로 만들겠다’는 각오와 집념을 불태우게 된다.
그는 먼저 전 직원을 동원해 안전점검을 실시해 안전하게 도시가스를 공급함으로써 산적했던 민원을 해결했다. 도심지에 있던 위험하고 협소한 제조소를 외각지로 옮기고 안전하고 손색이 없는 제조시설과 첨단의 안전시설을 완비해 지금까지 원주시 전역에 안정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또 지난 94년 6월 충주시 소재 (주)도시산업이 도산하면서 3,500여 세대에 대한 가스공급중단 위기에 처하자 충주시장으로부터 수차례 이 업체를 인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이 업체를 인수한 후 여러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최첨단 제조소를 최단 9개월 만에 완벽하게 건설하고 충주시민에게 안전하고 편리하게 도시가스를 공급하게 됐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나 할까. 그는 이러한 어려운 여건들을 극복하고 도시가스 보급확대 및 안전관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9년 가스안전촉진대회에서 도시가스업계 최초로 최고의 영예인 철탑산업훈장을 수훈하게 됐다.
“정부의 도시가스 보급 확대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공익과 지역발전을 위해 도시가스 공급에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강릉과 속초는 천연가스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가격경쟁력 및 안전성 확보, 냉방·산업·차량연료용 등 신규수요 창출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난 95년 참빛영동도시가스공업이 강릉시, 96년엔 참빛도시가스공업이 속초시에 LPG+Air 방식으로 도시가스 공급을 개시했다. 지난 2002년 전국 천연가스 공급 배관망이 완성돼 원주지역은 천연가스로 연료전환 할 수 있었지만 강릉과 속초는 아직도 배관에 의한 도시가스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해안 지역 천연가스 공급 확대해야”
‘안전관리’가 제1의 덕목…사업 다각화
그는 정부와 한국가스공사가 수익성을 떠나 국토의 균형발전과 청정환경을 자랑하는 강원도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라도 천연가스 공급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원주시와 충주시가 기업도시 및 혁신도시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이들 계획도시들이 CES형태의 집단에너지공급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본력과 기술력, 전문인력 등에서 열세인 지방 중소도시가스 회사인 저희로서는 CES 사업참여에 어려움이 많아 위기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도시가스사의 CES사업 진출이 지역난방과의 균형발전, 환경보호 등 여러모로 장점이 큰 만큼 정부나 지자체가 집단에너지 공급 타당성 검토 등 초기단계에서부터 도시가스사업자의 의견청취 및 관련 정보제공, 자금지원 등은 물론 해당지역 도시가스사업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안전관리는 도시가스사업의 존립기반이라고 할 정도로 핵심적이고 중요한 요소로서 회사경영의 기본정신인 사훈에 ‘안전관리’를 제1의 덕목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안전’이 사고가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소극적인 인식을 넘어 기업의 이윤에 앞서 시민의 필수연료를 공급하는 회사로서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 안전차원의 안전의식 제고에 노력한다는 게 이 회장의 안전관리 철학이다.
이러한 그의 철학에 따라 참빛계열 도시가스사들은 품질경영시스템 도입으로 안전관리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 도시가스 공급시설 사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굴착공사 사고예방을 위해 유관기관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전 직원의 관로순찰 분담제를 시행하고 있다. 배관공사의 경우 최고 자재만을 엄선하고 최고 기술자를 투입해 시공토록 하고 있으며 비디오 카메라로 전 공정을 녹화해 보관, 굴착공사 발생시 이를 활용해 사고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10년 이상 된 가스시설에 대한 특별안전진단을 통해 100여개소의 노후밸브 및 정압기를 교체, 보수하고 올해 중으로 교량첨가 배관 등 취약시설에 대한 전문기관의 안전진단을 받아 위해요소를 사전에 발굴,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제4LNG인수기지 후보지 중 강릉, 삼척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 지역은 앞으로 러시아 이르쿠츠크 PNG 도입시 길목에 위치한 곳으로 해상 도입시에도 가장 근접해 물류비가 적게 들고 수송시일이 단축되는 등의 장점이 있습니다. 비록 현재는 경제성이 좋지 않을 수 있으나 먼 장래를 내다보면 인수기지의 최적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강릉, 삼척지역에 제4인수기지가 건설되면 전국을 환상배관망으로 연결해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볼 때 통일을 대비한 전초기지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강원 동해안 지역의 천연가스 공급으로 침체된 지역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동해안 지역에 제4인수기지가 건설되기를 바라고 있다.
“수도권, 광역시 도시가스사와 지방 중소 도시가스사의 다른 여건을 감안해 도시가스사업의 기준과 정책을 수립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회장은 안전점검원 선임기준을 예로 들었다. 순찰상황이 비교적 원활한 지방소도시에 교통량이 많고 도로가 복잡한 수도권, 광역시의 기준과 같이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해 결국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설명이다. 안전점검원 선임 기준이 10년 전의 안전관리 및 기술 기준에 근거해 마련된 것인 만큼 타 업무 겸직 허용 및 배관길이 완화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도시가스요금 결정권이 시도지사에게 있어 선거의 영향을 받기 쉽고 직접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이해당사자가 결정하는 문제가 있어 합리적인 도시가스 소매요금 결정을 위해 공급자, 소비자와 관련이 없고 공정성이 있는 제3의 기관(예를 들어 중앙정부 산하 전문기관)이 소매요금을 산정토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회장의 경영철학은 참빛정신. 참다운 빛과 에너지를 인간에게 전하고 진실한 참빛정신을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신념이다. 이는 민족기업으로서 민족의 얼이 담긴 백두산의 정기를 이어받아 민족의 자긍심과 숭고한 조상들의 얼을 되살려 참다운 빛으로 인류의 번영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이에 따라 중국 연변지역을 비롯해 미국, 베트남 등지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다.
“CES사업 정책적 배려 해줘야”
장학재단 운영 등 사회공헌 ‘열성’
이 회장은 사회공헌활동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장학재단을 설립해 19회에 걸쳐 음악콩쿠르를 개최하고 있다. 매년 콩쿠르 입상자 15명 및 지역 우수인재 추천학생 20여명을 선발해 약 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재능있는 성악도를 배출하고 있다.
또한 성적은 우수하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애국지사 및 독립투사 자손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밖에 참빛그룹은 수재민 성금 및 구호품 기탁, 소년소녀가장 후원, 베트남 한국학교 설립 발전기금 및 고려대학교 발전기금 기탁, 장애인 행사후원 및 노인정 등 가스연료비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에너지 사업은 다각화 될 것이며 단순한 역할분담 정도의 구조개편이 아닌 경쟁 체제로 바뀔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도태되지 않는 사업경쟁력을 갖추고 고객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체계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비용절감과 운영효율화를 통해 향후 시장변화에 대비하고 대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적자원의 발굴 및 육성에 전념할 계획이다. 또 집단에너지사업과의 경쟁 또는 직접 사업참여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술인력과 재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연료전지, 열병합발전(CES사업) 등 사업다각화 방안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참빛원주도시가스는 지난해 보다 10.9% 증가한 9,000만㎥ 공급을 목표로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천연가스가 공급된 참빛충북도시가스는 전년도 2,000만㎥에서 51% 증가한 3,100만㎥ 공급을 목표로 수요개발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PG+Air 방식으로 공급되는 참빛영동과 참빛속초는 각각 7.4%, 8.8% 증가한 1만4,000톤, 1만300톤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