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학원 이대봉 이사장 “아들 잃고 부부가 함께 가는 첫 음악회”
김동욱 기자 입력 2017-11-23 03:00수정 2017-11-23 03:00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30년이 지났건만 아들 이야기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자식을 잃은 것은 오래가더라고요.”

이대웅 장학회 30주년 기념으로 ‘유로피안 스타 초청음악회’가 26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에는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 베이스 박종민, 테너 정호윤이 무대에 오른다.

1988년 설립된 이대웅 장학회는 음악영재를 길러내기 위해 매년 성악콩쿠르를 개최해 우수 학생에게 상금을 주고 유학비도 지원하고 있다. 장학회가 설립된 사연은 남다르다. 장학회는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서울예술학원 및 이대웅 장학회 이사장인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76·사진)의 막내아들인 고 이대웅 군의 이름을 땄다.

이 회장은 1987년 서울예고 2학년이던 대웅 군을 잃었다. 촉망받는 성악도였던 대웅 군은 그해 11월 서울예고 정기연주회에서 30개가 넘는 꽃다발을 받았다. 공연 나흘 뒤인 26일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상급생들에게 학교 근처 언덕으로 끌려가 배를 두 번 걷어차인 뒤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미국 출장 중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학교를 다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죠. 하지만 그런다고 죽은 아이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동안 돈만 알고 모질게 벌어왔으니 이런 결과가 오나 싶더라고요. 돈에 집착하지 말고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학교에서 제공하겠다는 장례비용을 사양했다. 그리고 교장과 교사, 가해 학생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검찰에 가해 학생 석방을 위한 탄원서를 3차례 제출했다. 결국 가해 학생은 복학하고 대학에도 들어갔다. “아들을 가르쳤던 바리톤 김성길 서울대 음대 교수의 제안으로 장학회를 설립했어요. 음악을 사랑했던 아들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 있는 방법이었죠.”

장학사업은 불우한 학생, 소년소녀 가장, 홀몸노인에게까지 확장됐다. 2006년부터는 베트남, 중국에서도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164억 원을 지원해 2만900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2010년에는 아들을 죽게 만든 원수나 다름없는 학교 재단을 인수했다. 당시 서울예술학원은 이사장의 횡령으로 약 80억 원의 빚을 질 정도로 어려웠다.

“서울예술학원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 수많은 예술인을 배출한 곳이에요. 지금까지 400억 원을 넘게 투자했는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제겐 힘겨울 때가 많아요. 그래도 아들처럼 뛰어난 학생이 많아 학교를 인수한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그의 아내는 대웅 군이 죽은 후 4번이나 혼절할 정도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그도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협착증으로 목이 불편하다. “11월이면 저희 부부는 많이 울어요. 이번 음악회는 처음으로 저희 부부가 함께 가려고 합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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